트럼프 '군 투입' 재선에 독 되나…미국인 64% "시위 공감"

입력 2020-06-03 17:18   수정 2020-09-01 00:03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8일째 지속되며 미국 사회가 대혼란에 빠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의 폭력과 약탈 행위도 이어졌다. 미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 부근에 육군 병력 1600여 명을 추가로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은 야간통행금지를 주말까지 연장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이 시위에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올 11월 대선 판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침묵하는 다수”라는 트윗을 올리며 ‘여론은 내 편’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여론조사는 “대통령이 시위 대처를 잘못하고 있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이 낀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 전초전 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에 실패하면서 대선 정국에서 이미 한 차례 체면을 구겼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은 데다 경제도 곤두박질쳤다.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에서 막 벗어나려던 순간,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됐다. 코로나19로 미국 사회의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부각된 상황에서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흑인 남성 플로이드가 숨진 게 시위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이드 사망 초기엔 ‘애도’ 쪽에 방점을 찍었지만 이후 시위가 확산되고 일부 지역에서 폭동과 약탈로 번지자 강경 대응으로 선회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경제를 정상궤도로 되돌리는 동시에 폭력 시위를 엄단해 ‘법과 질서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핵심 지지층인 백인 보수층을 끌어안는 동시에 미국인 다수가 내심 강경한 대처를 원한다고 판단한 행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먹힐지는 불확실하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여론이 트럼프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지난 1~2일 미국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대처를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5%로 ‘잘 대처하고 있다’(33%)보다 훨씬 많았다.

심지어 공화당 지지층도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공화당 지지층의 82%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만족한다고 했지만 시위 대처에 대해선 67%만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전체 응답자의 64%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27%에 그쳤다.

지지하는 대선 후보 조사에서도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7%로 트럼프 대통령(37%)을 10%포인트 차로 앞섰다. 바이든이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지난 4월 이후 최대 격차다. 로이터는 트럼프의 ‘군 투입’ 경고 등 강경 진압 방침이 “정치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역풍 맞을 가능성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 갈등과 베트남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1968년 대선에서 ‘법과 질서’를 내세워 승리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전략과 닮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백인 상당수가 52년 전보다 진보적이고 인종차별 문제를 더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원로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이날 “시위대가 책임 있는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행진하는 것이 힘”이란 성명을 내며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폭도’ ‘안티파(Antifa·극좌파)’ 등으로 몰아가며 ‘군 투입’ 경고까지 한 게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변수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다. 시위가 대체로 평화롭게 이어지면 여론이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흐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폭동과 약탈이 확산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법과 질서’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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